최근 들어 소유한 물건이 많아질수록 정신력 소모가 큰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 있어요.
물건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집 안에 있는 시간 동안 오롯이 휴식하거나 무언가에 몰입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대신에 그것들을 정리하고, 찾을 필요가 많아지기 때문이겠죠.
개인적으로 물건을 새로 사는 일이 거의 없는 편이에요.
한 번 물건을 살 때에는 오래 쓸 요량으로 고심해서 고르기 때문에, 그 과정이 즐겁다기보다 고통스럽기도 하거든요.
또 그렇게 고심하면서 고를 만큼 반드시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이 많지도 않고요.
실제로 제가 아끼고 잘 입는 옷들 중에는 10년, 15년 전에 산 것들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동시에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버리는 걸 조금 어려워합니다.
한 번 읽고 다시 펴보지 않는 책들, 벌써 몇 년째 손도 안 대고 있는 옷들이 그중 대부분을 차지했고요.
헌 옷을 정리해봤어요
하지만 마침 계절도 바뀌고, 슬슬 이사할 일도 있어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비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우선 헌 옷들을 정리했어요.
원래는 동네마다 있는 헌옷 수거함에 그냥 넣으려고 했는데, 집 근처를 아무리 찾아도 수거함이 보이지 않더라고요ㅠㅠ
혹시나 해서 인터넷을 뒤지다가 헌옷 방문 수거 서비스가 있어서 냉큼 신청했습니다.
리클(Recl)이라는 서비스인데, 헌옷 20벌 이상만 모아두면 비대면으로 방문 수거해주니까 이용자 입장에서는 정말 편리하긴 했어요.
중량(kg)에 따라 단가를 매겨서 매입하는 형태라서, 큰 금액은 아니지만 밑져야 본전이기도 하고요.
신청 후 수거 안내부터 가격 책정 과정까지 문자로 상세하고 친절하게 안내해주는 부분이 만족스러웠습니다.
이렇게 옷을 잘 담고 밀봉해서 현관문 앞에 두면 비대면으로 수거하고,
픽업 완료 및 매입 금액 관련 안내도 문자로 상세히 보내주니까 정말 편리했어요.
이 옷들을 다 어디로 가는 걸까?
그런데 이렇게 수거한 옷들이 어디로 가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실제로 재활용이 되긴 하는 건지, 궁금했던 적 혹시 있으신가요?
물론 리클 같은 서비스에서는 '버리는 옷'을 수거하는 게 아니라 매입 가치가 있는 옷들만 취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수거한 제품들로 세컨드 핸즈 스토어도 오픈했다고 하니 분명 재활용을 위한 시도는 하고 있는 거겠죠.
그런데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되팔 수 있을만한 가치가 있는 옷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대충 생각해봐도 그냥 쓰레기로 버려질 옷들이 훨씬 많을 텐데, 이것들은 대체 어떻게 처리되고 있을까요?
제발 놀라 주세요, 전 세계에서는 매 1초마다 트럭 1대만큼의 옷들이 그냥 태워지거나 어딘가에 매립되고 있습니다.
매년 생산된 옷의 85%에 해당하는 양이 버려지고 있어요.
특히 우리나라는 현재 의류폐기물의 양이 얼마인지 그 규모와 재활용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파악된 헌 옷 수출량은 미국, 영국, 독일, 중국을 이어서 세계 5위 수준이고요.
보나 마나 인구수 대비로 따지면 독보적인 1위겠네요... 1위 좀 그만하고 싶다..
이렇게 버려진 대부분의 의류폐기물들은 무조건 소각됩니다. 이렇게 많이 버려지는데 다른 방법이 없겠죠ㅠㅠ
당연히 소각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유독가스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지구온난화는 가속되고요.
옷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매년 12억 톤인데, 소각할 때 발생하는 것까지 합치면 옷 때문에 발생하는 양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10%에 이르는 겁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죠, 이 모든 내용을 아주 잘 보여주는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꼭 한 번씩 보시길 바랍니다!!! 🙏🙏🙏
정말 새 옷이 필요합니까?
이쯤에서 한 번씩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정말로 새 옷이 필요한지요.
지금보다 조금 더 예쁘고 멋져 보이고 싶은 이유 말고,
유행에 너무 뒤처지지 않고 싶은 이유 말고,
정말로 새로운 옷을 사야 하는 진짜 이유 말입니다.
앞서 제가 10년, 15년 전 산 옷을 아직도 입는다고 말씀드렸죠.
그렇다고 해서 제가 낡은 옷을 후줄근하게 입고 다닌다는 뜻은 결코 아니에요. 저는 무엇보다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하고 깔끔하며, 정돈된 스타일을 추구할 뿐입니다.
이런 제가 단호하게 말하건대, 정말로 그렇게까지 새 옷이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나에게 잘 맞고 질이 좋은 옷들을 사면, 생각보다 훨씬 만족스럽게 오랫동안 입을 수 있어요.
위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 많은 생각이 들고, 앞으로 스스로를 점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셨다면
그런 분들께 필요한 것은 단지 옷을 고르고 선택하는 요령과 옷을 대하는 새로운 마음가짐뿐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우선 옷에 대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받아들이는 거예요.
옷이 자아를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옷이 제 자신을 표현하는 유일한 수단은 결코 아니에요.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주언규(前 유튜버 채널 '신사임당' 운영자).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매일 같은 옷을 입는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들을 보면서 우리가 유행에 대해 생각하나요? 이들이 가진 역량이나 태도에 대해 의심하나요?
그렇지 않죠. 그들이 입은 옷보다 그들의 말과 그들이 하는 일 또는 해온 일들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잘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일단 스스로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는 어떤 모습인가요?
그 근본을 잘 따져서 핵심을 가려내고 나면, 그걸 잘 나타낼 수 있는 옷들의 유형을 선택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프로페셔널하면서도 다가가기 쉬운 이미지를 추구하고 싶다면,
요즘 같은 가을 날씨에는 따뜻한 색깔과 소재의 니트와 살짝 포멀한 재킷을 함께 입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브이넥이 가장 잘 어울리기 때문에 니트는 브이넥으로 하고, 키가 큰 편이기 때문에 재킷의 칼라(collar)와 품은 너무 크지 않은 게 잘 어울려요.
그럼 저에게는 이런 조건들에 맞는 니트 2~3개, 재킷 1~2개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기본적인 티셔츠와 셔츠 1~2개씩만 더 가지고 있으면 매일 번갈아 입을 수 있죠. 굳이 다른 옷이 필요 없는 거예요.
옷 사기 전에 체크해볼 것들
평소에는 잘 절제하다가도 한 번씩 지름신이 강림하는 경우가 있을 거예요.
그럴 때에는 옷을 사기 전에 아래 체크리스트를 확인하면서 다시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 나는 이 옷이 왜 필요한가? (구체적이고 명확한 이유)
- 이 옷을 산다면 얼마나 자주 입을 수 있을까? (유행이나 TPO를 가리지 않는가?)
- 내가 가진 다른 옷들과도 매치하기 쉬운가?
- 내가 가진 옷들 중에 비슷한 옷이 있는가? (대체 가능한가?)
- 이 옷을 산다면 얼마나 오래 입을 수 있을까? (내구성이 충분히 좋은가?)
- 이 옷을 사지 않으면 내가 힘들거나 불편한가? (추위, 더위 등 객관적 이유인지 마지막으로 점검)
정말 마지막으로,
옷을 버리는 것뿐만 아니라 옷을 사는 행위 자체가 환경오염에 기여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옷을 점점 더 많이 소비할수록 그걸 만들어내는 사람은 많아지고, 동시에 버려지는 옷도 많아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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