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개발자 국비교육과정(K-digital Training)을 마치고, 8개월이 지난 근황과 감상에 대하여.
지난 2021년 6월부터 12월까지 약 6개월 동안 모두의연구소 AIFFEL에서 운영하는 인공지능 개발자 교육 과정에 참여했다.
다른 여러 기관의 교육 과정들도 고려했고 등록까지 했다가 취소한 경우도 있었는데, 그 중 왜 AIFFEL을 선택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래 두 글에 적어 두었다.
[AIFFEL 2021] 02/ 1, 2주차 후기 & AIFFEL을 선택한 이유
WEEK 01/ 오리엔테이션 OT 1주 차 이틀 동안은 앞으로의 교육 참여에 필요한 다양한 내용을 다루는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모두의연구소, 아이펠 AIFFEL의 학습 방식과 문화, 이번 교육 과정이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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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FFEL 2021] 03/ AIFFEL 과정 1개월을 남기고
6월에서 11월이 되기까지 지난 5개월을 돌아보면, 정말 많은 사소한 좌절과 성공의 연속이었다. 그만큼 끊임없이 시도하고 부딪히면서 성장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성장은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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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인공지능 개발자가 됐다
올해 4월부터 한 대기업의 인공지능 개발자로 일하기 시작했다.
나는 비전공자이고, 대학에서는 건축공학을 전공했다. 그동안 주로 건축 관련 커리어를 쌓아오기도 했다.
당연히 교육 시작 전, 나는 머신러닝과 딥러닝이 어떻게 다른지도 몰랐다.
물론 6개월 동안 공부했다고 해서 곧장 모델 개발을 할 수 있는 수준도 절대 아니었다.
그래서 취업 준비를 하면서 나름대로 필승 전략을 세웠다.
내가 가진 도메인, 그러니까 건축 전공을 살려서 해당 산업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필요한 곳을 타겟으로 잡은 것이다.
사실 이러한 전략을 세운 데에는 취업 자체를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다른 이유들도 있었다.
우선 인공지능 안에서도 많은 분야가 있기 때문에, 도메인이나 전문 분야(CV, NLP, 추천 등)를 가지고 있는 게 추후 커리어 패스 관리에 유리할 거라고 생각했다.
또 개인적으로 건설 산업이 IT, 특히 AI 기술을 만났을 때 낼 수 있는 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컸다.
마지막으로, 이미 5년 이상 경력이 있는 상태에서 개발자로서 신입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점이 아쉬웠다.
새로운 직무이므로 신입부터 일을 시작하는 게 당연하지만, 그러기에는 애매하게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 짬을 익혀 버렸다.
하지만 나름 전략을 잘 살린 덕에, 현재는 대기업 건설회사에서 AI를 이용한 스마트 건설 기술 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직무는 다르지만 감사하게도 그동안의 경력까지 모두 인정 받았다.
다른 얘기지만, 건설 기술과 AI를 접목한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낯설고 생소하게 느끼는 것 같다. 나중에 다른 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는지 이야기해보겠다.
취업에 대해 조금 더 얘기하자면, 사실 내가 대단히 특이한 경우는 아니다.
나는 그나마 공대를 졸업했고 기초적인 프로그래밍은 해본 경험이 있었지만, 함께 공부하던 분들 중에서는 문과 계열 전공자나 코딩을 거의 해본 적 없는 분들도 꽤 있었다.
물론 반대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분들도, 인공지능 관련 석사 과정 중에 있는 분들도, 개인적으로 이미 어느 정도 인공지능을 공부한 분들도 있었다.
어쨌거나 교육 과정이 끝난 후 약 8개월이 지난 지금,
네카라쿠배당토 중 한 군데서 일하는 분도, 국내외 유수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밟고 있는 분들도 있다.
가장 많은 경우는 스타트업에서 인공지능 개발 또는 리서처로 일하는 분들이다.
계속 더 공부하면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본인이 원하는 더 좋은 곳에 가기 위한 경우도 많다.
물론 포기하거나, 다른 쪽으로 방향을 바꾼 분들도 있다.
과정 도중에, 또는 취업 준비 중에, 심지어는 취업해서 인공지능 개발자로 일을 하면서도, 결국 적성에 맞지 않다고 판단해 다른 분야로 이직을 준비하는 분들도 있다.
포기라는 표현을 썼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스스로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가기 위한 좋은 과정과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뭐든 결국 해봐야 나한테 맞는지 아는 거고, 자신이 해본 경험이 자산이 되는 거니까.
각각의 비율을 따진다면 대충 정규 분포로 그려지지 않을까 싶다.
정말 국비교육과정만으로 충분할까?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가장 궁금했고, 동시에 의심했던 사람은 당사자인 나였다.
그리고 역시나 내 답 또한 '충분하지 않다'이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을 뿐, 불가능한 것도 결코 아니다. 앞서 얘기한 실례들이 있으니까.
내가 맨땅에서부터 인공지능 개발자로 취업하기 위해 준비한 기간은 총 11개월.
2개월의 파이썬 프로그래밍 공부와 6개월의 교육 과정, 3개월의 취업 준비가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만 말하면 누군가는 '아, 인공지능 개발 별거 아닌가 보다'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혹은 '약 1년이면 충분할 것 같긴 하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이 사람이 머리가 아주 좋거나, 애초에 재능이나 적성이 이쪽에 있었다'라고 단정 지을 수도 있다.
실제로 내가 1년 여 준비 기간 끝에 인공지능 개발자가 됐다고 하니까, 지인들도 크게 놀랐다.
그나마 나를 아는 사람들이니까 그저 짧은 시간 동안 미친 듯이 노력했겠구나, 상상할 뿐이었다.
그리고 딱 한 명뿐이지만 끝까지 이 사실을 믿지 못한 친구도 있었다.
내가 취업 준비를 하는 기간 동안에도, 내가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석사 학위가 없기 때문에,
취업하기 너무 어려울 거라 염려하고 다른 방향을 찾아볼 것을 권유했다.
또 내가 취업에 성공한 후에도, 내가 정말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건지,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건지,
재차 물어 확인했다. 오랜만에 만나긴 했지만 무려 13년이나 된 절친한 친구인데도.
처음에는 그 친구가 날 신뢰하지 않는 것 같아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커졌다.
그 친구의 머릿속에서, 사람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한정돼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니까 그 친구는 나를 신뢰하지 못한 게 아니라, 노력과 성장에 대한 신뢰가 없었던 것이다.
긴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요점은 결국 앞서 한 것과 같다.
충분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믿기 어려울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끝까지 믿지 못한 내 친구처럼, 불가능하다고 못 박아 버리고 시작조차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국비교육과정뿐만 아니라 아무리 비싸고 좋은 부트캠프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과연 석사 학위를 따면 충분할까? 취업을 하고 나면 충분할까?
아니. 오히려 취업을 하고 나서 실제 세계의 문제를 풀려고 보니, 나는 훨씬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충분하다는 것의 기준 자체도 모호하지만, 지금 본인이 뭘 준비하고 있든, 어떤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든, 어떤 의미로도 결코 충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충분하다고 여기는 순간,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건 아닐까? :)
왜? 왜 하는가?
그러니까, 정말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내가 할 수 있을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 이걸 왜 하려고 하는지, 또는 왜 하고 있는지.
계속해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서 인공지능 개발자로, 또 더 나은 개발자로 성장하려는 이유 말이다.
좋은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수많은 개발자들이 퇴근 후에도, 또 주말에도 시간을 내서 개인 프로젝트를 하고 실력을 키우는 이유는 대체 뭘까?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또는 공부하면서 이런 고민들을 촘촘하게 해 나갈수록,
무엇보다 꾸준히 그 이유와 목적들을 상기하고 의지를 다질수록,
사람은 더 단단하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이 일을 왜 시작하게 되었고, 왜 지속하고 있는지,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에 대해 다른 글에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하지만 일단은 나가 놀아야겠다. 오늘 날씨가 유난히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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