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가끔 운이 좋고 때가 맞으면 만나는, 나를 위한 기회들이 있습니다.
누군가 '여긴 네 자리야'하고 일부러 내 체형까지 맞춰서 비워둔 것 같은.
힘들게 한 자리 얻어 보려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애를 쓸 때에는 보이지도 않던 것이,
참 신기하게도 갑자기 주변 모두가 어서 이리 오라고, 그냥 편안하게 와서 앉기만 하면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은 그런 것들요.
지난 9월에 참여한 'I SEA YOU' 프로그램은 고단했던 제 일상에 그렇게 운명처럼 찾아왔습니다!
제가 운명이라는 거창한 표현을 쓴 건, 타이밍도, 조건도, 해양 쓰레기 수거라는 취지도, 모두 제 맞춤형인 것처럼 꼭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에요.
우선 I SEA YOU 프로그램은 세계자연기금 WWF와 (주)한국과학잠수연구소가 함께 해양 수중 환경 보전과 복원을 위해 실시한 블루밸런스 캠페인의 일환입니다.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에서 설립 이래 처음으로(!) 후원자들을 대상으로 직접 봉사에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 사례라고 해요.
저는 4년 전부터 세계자연기금에 정기 후원을 시작한 덕분에, 또 마침 올해 목표했던 중요한 일을 끝낸 참에, 너무나도 뜻깊고 즐거운 경험을 무료로(!!) 할 수 있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수료함으로써 저는 오픈 워터 스쿠버 다이버 자격을 얻게 되었고, 추후 해양 쓰레기 수거 목적의 다이빙을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요건을 충족하게 되었어요!
물론 많이들 잘 아시겠지만, 오픈 워터 스쿠버 다이버가 되었다고 해서 곧장 다이빙을 능수능란하게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
오픈 워터 스쿠버 다이빙 과정에서 배우고 익히는 것들은 대략 이런 것들이에요!
(자세한 내용은 여기 참고)
- 스쿠버 다이빙 장비 구성과 그 사용법(조립, 해체 방법, 수중 기술 등)
- 스킨 다이빙 장비(스노클) 사용법과 기술
- 수중 환경에 대한 물리적/생리적 이론
- 입수/출수 방법
- 상승/하강 방법
가장 기본이지만 개인적으로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정말 죽을 것 같은 공포를 여러 번 이겨내야 했어요.
(절대 일반적인 건 아닙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열악한 상황이었어요. 😭
그리고 제가 독한 사람이라는 걸 비로소 진정으로 인정했습니다.. 오죽하면 20년 넘게 다이빙하셨다는 강사님도 독하다는 말씀을 하셨을까 하하..)
무엇보다 저는 물을 좋아하고 수영의 4가지 영법도 모두 할 줄 알지만, 그것을 넘어서 공기가 없는 깊은 물 속이 주는 근본적인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요!
사실 시작하기 전에는 마냥 즐거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착각이 제대로 깨졌죠! 😂
해양 실습 마지막 날까지도 몸은 마음처럼 안 되고, 괜한 공포심은 여전해서 나는 다이빙과 안 맞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낸 이유는 딱 두 가지였어요.
바다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며 쓰레기를 줍고 싶다는 간절함, 그리고 함께하는 좋은 사람들 덕분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만난 분들은 모두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들 같았어요.
사실 요즘 기후 위기다, 지구 열대화다, 많은 이야기가 오가지만, 정작 환경을 위해 작은 행동 하나라도 실천하려는 사람을 만나는 게 참 어려웠거든요.
주변에 오며 가며 만나는 여러 사람들은, "어차피 이미 되돌리기에는 늦었고 인류 멸망은 기정사실이잖아. 그리고 나 혼자 한다고 뭐가 바뀌겠어?"라는 패배주의 같은 것에 젖어 사는 것 같았어요...
그 무력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안타깝고 속상한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직장에서 반차를 쓰고 다이빙 교육에 가는 날이면 갑자기 다른 세상에 여행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일단 바깥 세상 사람들과는 너무도 다르게, 모두가 웃는 얼굴로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고 포용하는 말들만 했습니다.
바깥은 어떻게든 손해 보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경쟁적으로 살아가는 치열한 곳이었는데, 이 안에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자기 것을 서슴없이 내어주고 양보하기에 바빴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들이 상대를 가리지 않고 나누고 베푸는, 그렇게 사람뿐만 아니라 환경을 대하는 모습들을 보며 정말 소중한 것들을 많이 배웠습니다.
저 또한 어느 곳에 가서든 그 따뜻함을 실천하고 전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어요.
돌아보니 제가 이번 경험을 통해 얻은 것은 새로운 희망이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깊은 물 속이 두렵고, 가끔은 파도만 상상해도 혓바닥이 바다 짠 내로 가득 차면서 속이 울렁거리기도 해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자연을 위해, 인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또 한 가지 늘었다는 것,
이제는 가까이에 함께 노력하는 좋은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는 것,
우리가 함께 작은 것이라도 하나씩 실천하면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사는 것보다는 분명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겠다는, 그런 희망들이요.
희망은 모든 일을 시작하기 위한 원동력이잖아요.
여기서 얻은 힘으로 앞으로 더 세상에, 누군가에게 도움 되는 사람으로 살아보자고 한 번 더 다짐해봅니다!
화이팅! 😁
'나누며 성장하기 > Raktivist's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전자 도서 제작 자원 봉사에 참여했어요 (0) | 2022.06.11 |
---|---|
Thu. 16th. Dec. 2021 (0) | 2021.12.17 |
Raktivist를 소개합니다. (0) | 2021.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