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전자 도서 제작 봉사에 참여했습니다.
활자로 된 책을 읽기 어려운 분들도 보다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도록 직접 타이핑해서 텍스트 파일로 만드는 작업입니다.
사실 인공지능을 공부하고 있다 보니, 책을 그냥 사진으로 찍기만 하면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OCR(Optical Character Recognition, 광학 문자 인식) 프로그램을 이용해볼까 여러 번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모두 직접 손으로 타이핑을 했는데,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어요.
우선, 기대만큼 성능이 좋지 않아 후처리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픈 소스를 이용해 영어 텍스트를 인식하는 것도 정확도가 그리 높지 않은데, 하물며 한글은 더욱 심각하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또 하나는, 평소에 소설을 거의 읽지 않는 편인데, 이번 기회에 오랜만에 음미하며 읽어보자 싶었죠.
아무튼 손가락이 조금 아플 때가 있었지만 오타 없이 무사히 작업을 마쳤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마음에 불편한 점이 남았습니다.
약 10년 전 대학교에서 똑같은 봉사에 참여하곤 했는데, 전반적인 제작 방식이 그때와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았어요.
이렇게 변화와 발전이 빠른 시대에, 그것도 10년이나 지났는데도요.
어쩌면 아직도 그 모든 변화는 사회의 주류에 해당하는 것들에만 빠르게 보폭을 맞추고 있었구나,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 중 하나로서 반성하게 됐습니다.
덕분에 정말 언젠가는 뭐라도 해서, 어떻게든, 누구에게든 도움이 되어야겠다고 다시 다짐했습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라도 계속 이런 주제들에 관심을 가지고, 또 제 스스로의 실력을 키워가며 준비하고 시도하는 시간을 살아야겠다고 말이죠.
누군가에게는 일상적인 것들이, 다른 누군가에겐 몇 배의 수고와 또 다른 이들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음을 우리 모두가 잘 압니다.
그런데 누구나, 다른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은 잘 모르는 듯합니다.
비관적인 시각을 키우자기 보다는, 사실 공감 능력을 키우자는 쪽에 가깝습니다.
더 많은 사람의 오늘 하루가, 나 자신보다 주변에서 함께 살고 있는 타인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으로 채워지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타자 속도가 빠른 분들은 기회가 되면 이 자원 봉사에 꼭 참여해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그 밖에 또 다른 비대면 & 온라인 자원 봉사 중 오디오북 제작을 위한 음성 녹음 봉사도 있습니다!
목소리가 좋으시거나, 발음이 좋은 분들이 많이 참여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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